모두들 무모한 계획이라고 하였다. 오로라는 보지도 못할 것이고 그냥 아이슬란드 관광만 하고 오는 일정이 될 거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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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기적으로 10월 초의 가을이어서 비가 많이 오는 계절이고 아이슬란드에 머무는 시간은 2박 3일밖에 되지 않았다.
2박. 즉 2번의 밤, 2번의 기회밖에 없다는 것이다.
Reykjavik Sightseeing의 얼굴책을 계속 들어가며 오로라 사진이 올라오는지를 살펴봤었다. 이곳은 오로라 투어를 하는 회사의 얼굴책으로 오로라 투어 참가자들의 사진을 찍어주고 투어 참가자는 이곳을 통하여 사진을 다운로드할 수 있다. 즉 오로라 헌팅에 성공을 한 날은 이 사이트에 사진이 올라온다.
9월에 올라온 사진을 보니 19, 22, 25, 29일에 사진이 올라와 있다. 그런데 29일 이후 10월이 되었지만 사진이 없다..
내가 오로라 투어를 할 수 있는 날은 10월 5,6일 단 이틀. 볼 수 있을까?
이번 여행의 시작점 런던 히스로 공항으로 IN을 하자마자 런던에 살고 있는 착하고 귀엽고 깜찍한 동생에게 짐을 모두 맡기고 우리는 백팩 하나씩만 가지고 아이슬란드로 향할 예정이다.
15Kg 정도의 수하물 하나가 한 명의 티켓 가격과 맞먹는 저가항공을 이용하는데 저 짐을 모두 가져가면 5명분의 티켓 가격을 추가로 내야 할듯하니 미안하지만 동생에게 짐을 맡겨 놓고 백팩만 가져가기로 하였다.
스위스에서 온 관광객도 혀를 내두르는 아이슬란드의 물가에 대응하기 위해서 백팩에는 햇반, 컵라면, 즉석국 등 속옷, 수영복과 삼각대를 제외하곤 모두 먹을 것으로 채워 넣었다.
"휴~ 인천에서 12시간을 비행하여 런던에 와서 5시간의 공항 노숙을 한 뒤 다시 3시간을 비행하여 아침 9시부터 아이슬란드 여행을 시작한다라..."
아직까진 젊은가 보다 이런 일정을 계획하고 실행까지 하는 거 보면...
다행히 도착 첫 일정은 온천이었다. 아이슬란드가 온천으로도 유명하기도 하고 연속된 비행에 노숙을 하게 되니 제대로 씻지 못한 몸 상태에 피곤할 거라 예상하여 도착하자마자 온천으로 향하는 일정을 계획해 두었다.
그런데 야외 온천이어서 그랬는지 옹아가 감기가 걸려버렸다. 몸은 따뜻한 탕 안에 있었지만 머리가 차가운 바람에 계속 쏘인 데다 피곤한 몸으로 체력이 약해졌는지 순식간에 몸 상태가 나빠졌다.
온천을 서둘러 마무리하고 숙소로 이동하여 침대에 눕혔지만 오후 시내 관광을 하기에는 무리인가 보다. 쉬고 있겠다며 나 혼자 다녀오라고 한다.
'오늘 밤에 출발하는 오로라 투어는 신청해야 하나?'
오로라 투어는 처음 비용을 주고 신청 후 오로라를 보지 못했다면 본인의 일정이 허락하여 머무는 동안에는 추가금 없이 오로라를 볼 수 있을 때까지 계속 신청할 수 있다. 하지만 개인의 사정으로 참석하지 못하는 건 해당되지 않는다.
2번의 기회밖에 없어 못 가게 되더라도 어쩔 수 없지 하고 신청을 하였다. 그리고 카메라를 들고서 거리로 나섰다.
오늘은 옹아가 몸이 나아지면 가볼 만한 곳을 찾는 것과 길을 헤매지 않게 동선을 짜는 것을 목표로 둘러보았다. 거리를 한참을 돌아다니다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하늘이 분홍빛으로 물드는 것이 보였다. 노을은 아니었다 그런데 분홍빛이었다.
"우와~ 신기하다"
카메라를 꺼내어 연신 찍어댔지만 카메라에 분홍빛이 선명하게 담기지를 않는다. 맑은 하늘에 분홍빛이 물든다라, 느낌이 좋은 걸. 왠지 오늘 오로라를 볼 수 있을 것 같은 기대에 빠져들게 하는 하늘이었다.
투어 시간까지 짧은 잠을 취하였다. 이내 핸드폰 알람 진동이 울리고 옹아의 몸 상태를 체크하였다. 다행히 비상약은 챙겨왔기에 감기약을 먹고 쉬어서 그런지, 몸이 좋지 않아도 오로라 보러는 가야 하는 의지였는지 알 수 없지만 힘을 내서 옷을 챙겨 입었다.
투어버스를 탑승한 뒤 차에는 모든 불을 끄고서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없는 길을 출발하였다. 가는 동안 아이슬란드 역사에 대해서 설명하는 투어가이드의 목소리만 들려오고 차 안의 모든 사람은 어둠에 주눅이 들은 듯이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었다.
"Oh~ my gosh!!! Look Left"
가이드의 흥분된 목소리의 외침이 있었고 사람들의 술렁임과 함께 하나둘씩 감탄사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왼쪽 뒤편으로 오로라가 서서히 피어오르기 시작하였다. 흥분감에 온몸의 세포들도 피어오르는듯하였다. 당장 차에서 뛰쳐나가고 싶었다.
'여기서도 잘 보이는데 왜 안 세우는 거야??? 이러다 끝나면 어떡하냐고!!'
그러고도 차는 10여 분을 더 달렸다. 조바심이 났다.
'사라지면 안 돼. 버스 안에서 창밖을 통해서 지켜보는 걸로 끝내고 싶지 않아.' 혹시라도 이대로 사라질까 봐 달리는 버스 안에서 카메라 셔터를 누르기 시작했다.
헌팅 장소에 도착을 했는지 버스는 차례대로 주차를 하였고 나는 카메라와 삼각대를 손에 꼭 쥐고서 튕겨나가듯 밖으로 뛰쳐나갔다.
오로라는 까만 블랙커피에 초록색 프림이 퍼져나가는 듯 별들로 가득 찬 밤하늘에 물결치듯이 일렁이고 있다. Northern Lights, 북극광인데 빛이 아닌 듯 투명한 실크가 하늘에서 펄럭이는 것 같다. 빛과 어둠이 기싸움을 하듯 강하게 빛나다가 어둠에 밀려났다가 하며 살아있는 듯 신비롭게 움직인다. 푸른빛이 얼마나 강하게 빛나는지 하얀 설산이 녹색으로 바뀌어 있었다. 사진을 찍어야겠다는 생각도 잊고 한참을 바라봤다.
여기저기서 플래시가 터지자 나도 삼각대를 펼치기 시작했다. 그런데 카메라 릴리즈가 고장이 난 것이 아닌가? 출국 전날에도 체크를 했는데 수하물 옮겨지며 고장이 났나 보다. 그런데 어떡하나 삼각대도 무게를 줄이려고 똑딱이 카메라용 얇은 것을 가져갔는데 릴리즈까지 고장이라니... 이러면 손에 들고 찍는 것과 다를 게 뭐람.
어쩔 수 없이 셔속을 짧게 하여 찍었지만 오로라가 강하여 만족스러운 사진들이 찍혔다. 오로라는 우리에게 충분한 시간을 주었다. 오히려 모든 투어객이 이제는 숙소로 돌아가도 되지 않나 하는 마음으로 차에 탑승하여 출발을 기다리고 있을 정도로 계속되었다.
흥분감과 오로라를 봤다는 즐거움 때문일까? 옹아는 몸 상태가 정상으로 돌아와 있다. 내일 골든서클투어도 예약해 두었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을듯하단다.
다음날 아침, 하늘이 흐리다. 오늘은 비가 쏟아질 것 같은 날씨다. 아이슬란드에서는 '날씨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요? 그럼 5분만 기다려보세요'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날씨 변화가 심하다고 한다. 그렇지만 가을에는 대부분 비가 오는 날이라고 하니 오늘은 하루 종일 비가 올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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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분감으로 가득 찼던 그 날 이후로 한동안 Reykjavik Sightseeing 얼굴책에는 오로라 사진이 올라오지 못하였다. 파리에 도착하여 친구를 만났을 때 우리가 오로라를 보고 왔다고 메시지를 보낸 날 아이슬란드 오로라 소식이 파리의 뉴스에까지 나왔다고 한다. 강하게 오랜 시간 계속되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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